여름은 모험을 좋아하는 사람이 폴란드의 물길을 탐험하기에 완벽한 시기입니다. 유럽 전체에서 손꼽히는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강 위에서 자유로이 노를 젓는 일은 폴란드 휴가에서 가장 보람찬 경험이 될 것입니다. 카약 전문 여행사 ‘고 패들(Go Paddle)’에서 제공한 크루티니아 카약 코스 탐험기를 소개합니다.
110킬로미터 길이의 크루티니아 카약 코스는 소르크비티(Sorkwity)에서 시작해 루치아네니다(Ruciane-Nida)에서 끝난다. 코스 내내 좋은 기운이 느껴지는 마을과 호스텔이 강가에 편리하게 위치해 있다. 카약 여행 중에 숙박할 수 있는 이들 호스텔에서는 맛있는 전통 음식이 나온다. 코스의 각 부분은 저마다 모습이 서로 다르지만 모두 수많은 카약 여행자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여기에서는 내가 겪은 이야기를 조금 풀어 놓을까 한다.
여행을 처음 시작할 때는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다. 우리 증조할머니는 1911년에 폴란드를 떠나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할머니에게서 폴란드 전통(폴란드식 만두인 피에로기는 정말 맛있다!)을 접하며 자란 내게 이번 여행은 일종의 ‘귀향’이었다. 마주리 호수들을 처음 봤을 때는 꼼짝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정말 아름다운 호수가 아주 많았다!
소르크비티(Sorkwity)에서 출발할 때, 우리 가이드 마리안은 크루티니아강을 따라 호수들이 죽 연결되어 있으며 하루하루 노를 저을 때마다 특별한 모습을 보게 될 거라고 설명했다. 날씨는 완벽했고, 나는 그동안 이야기로만 많이 들었던 강 위에 드디어 내가 떠 있다는 사실에 너무나 들떴다. 바람이 불기는 했지만 강은 아름다웠다. 노를 젓는 동안 백조 가족을 만났다. 백조들은 갈대 사이를 이리저리 빠져나가다 어느 순간에 카약 바로 옆까지 왔다. 순수한 야생을 그대로 간직한 크루티니아 코스의 특징이 뚜렷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피에로기를 몇 개 더 먹고 멋진 강과 조그만 호수를 몇 군데 더 지나 비엔키(Bieńki)에 가까워지자, 소르크비티에서 본 완벽한 날씨가 바뀌기 시작했다. 타이밍 좋게 비엔키에서 카약을 멈추고 강에서 나와 호스텔에 들어갔다. 강기슭에 맞닿은 호젓한 호스텔 안에는 방갈로와 캠핑장이 있었다. 음식과 음료를 파는 가게, 정돈이 잘 된 깨끗한 방과 욕실과 샤워 시설도 있었다. 화덕에 모여 앉아 있던 먼저 온 사람들이 새로 온 사람을 반갑게 맞이했다. 호스텔에 있던 사람들은 다들 정말 친절했다. 그날 밤에는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쳤지만 안에 있던 사람들은 내내 즐거웠다. 카약을 타면서 겪은 일들을 각자 이야기하고, 함께 술잔을 들고, 앞으로 남은 여행을 준비했다.
다음에는 크루틴(Krutyń)이라는 도시에 머물렀다. 강가 호스텔에서 하룻밤 묵은 뒤, 마을을 둘러보고 자전거로 근처 숲길을 돌아다녔다. 크루틴의 강물은 수심이 대체로 60센티미터에서 90센티미터 사이일 정도로 매우 얕았다. 송어 여러 마리가 보여서 낚싯대를 빨리 꺼내 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온종일 강물에서 놀며 시간을 보낼 수도 있었지만, 가까운 호수에 도착하기 위해 다시 노를 저었다. 호수에 가는 동안 수달과 백조가 우리를 맞아 주었고 작은 요정 같은 반딧불이가 왱왱대며 주위를 맴돌았다. 호수에 간 뒤, 호스텔로 무사히 돌아와 맛있는 피에로기를 또 먹었다.
크루틴과 린(Ryn) 일대에서는 카약 코스의 아름다운 풍경을 본 것은 물론 몇 가지 문화 활동도 즐겁게 체험했다. 지역 문화를 잘 아는 바르미아마주리주 관광청 임원 유스티나 쇼스테크가 안내해 주었다. 처음에 간 곳에서는 프란체스코라는 기사가 자기를 소개했다. 진짜 기사처럼 갑옷을 입고 검을 차고 있었다. 프란체스코의 식당과 숙소는 중세풍으로 꾸며져 있었고 손님들도 분위기에 맞추어 중세 시대 관습을 체험했다. 손님들은 중세 복장을 입고, 멋진 홀에서 식사하고, 프란체스코가 명예롭고 열정적으로 검투(劍鬪)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았다. 나는 사파이어색 벨벳 가운을 입고 앉아서 프란체스코가 들려 주는 기사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지역의 역사를 더 알고 싶은 마음을 안고 린 성에 갔다. 도심에 위치한 아름다운 린 성은 고급 호텔로 개조되어 있었다. 린 성에서 가장 멋졌던 점은 지하 감옥이 수영장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이었다. 조용한 지하 감옥은 분수가 나오면 소리가 울리는 동굴이 되었고, 동굴 안에는 편히 앉을 만한 쿠션 달린 해수욕장용 의자가 있었다. 한때 고문이 행해진 지하 감옥이었다고 믿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거대한 식당 홀도 돋보였다. 홀은 중세 시대에 실제로 쓰인 물품으로 꾸며져 있었고 (프란체스코를 떠오르게 하는) 말을 탄 기사들이 그려진 태피스트리로 천장이 장식되어 있었다. 어떤 행사도 거뜬히 치를 만큼 큰 홀이었다.
성을 나온 뒤 조금 걸어서 도착한 호숫가에는 온갖 전통 음식이 저녁식사로 차려져 있었다. 아구스티나라는 요리사가 혼자서 모든 음식을 준비했는데, 가까이 가서 테이블을 보니 모인 사람들이 다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음식이 푸짐해서 놀랐다. 진정한 잔치였다. 감사하게도 유스티나와 아구스티나가 일일이 알려 주는 요리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성대한 식사를 즐기고 호수를 건너다보았다.
폴란드관광공사, 크루티니아 코스에서 만난 친절한 사람들, 맛있는 피에로기를 정성껏 만들어 수많은 기억을 선물해 준 모든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다시 한 번 크루티니아강을 여행하고 폴란드를 체험한다면 정말 좋겠다. 다음에 또 만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