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부스키에(Lubuskie)주의 두 공동 주도 중 하나로, 오데르(Oder)강과 부브르(Bóbr)강 사이 일곱 구릉에 위치한 폴란드의 ‘서쪽 출입구’입니다. 이 도시에서는 흥미로운 명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지엘로나구라(Zielona Góra): ‘신의 음료’의 중심지
지엘로나구라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와인 양조는 꾸준히 지속되고 있습니다. “바쿠스(Bacchus)를 만나세요”라며 관광객을 초대하는 노래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신화에서 바쿠스가 티탄들에게 갈기갈기 찢겨 죽은 후 아테나는 바쿠스의 피를 지중해 해안, 프랑스, 라인(Rhine)강과 모젤(Moselle)강 유역에 뿌렸습니다. 바쿠스의 핏방울 하나하나가 떨어진 자리마다 포도밭이 자라났고, 그 결과 지금의 유명한 와인 산지들이 나타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바쿠스의 핏방울은 적은 양이나마 지엘로나구라 땅에도 떨어졌습니다. 이 이야기를 루부스키에 지역박물관 내 와인 박물관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와인 박물관은 지엘로나구라 관광에서 절대 빠뜨릴 수 없는 곳입니다.
간추린 역사
지엘로나구라에 대한 이야기에서 와인이 빠질 수는 없습니다. 지엘로나구라가 도시로서의 권한을 얻은 것은 14세기였지만, 지엘로나구라의 구릉은 그전부터 이미 포도나무로 덮여 있었습니다. 메뚜기와 천연두가 창궐했다 사라지고 권력이 피아스트 왕조, 야기에우워 왕조, 합스부르크 왕조, 프로이센, 독일을 차례대로 거쳐 1945년에 폴란드로 돌아오기까지 그 모든 세월 속에서도 이 지역에서는 와인 산업이 흔들리지 않고 계속 발전했습니다. 사실 독일의 스파클링 와인이 처음 생산된 것도 1826년 지엘로나구라에서였습니다.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그렘플러(Friedrich August Grempler)라는 인물이 회사를 세워 이런 대담한 사업에 나선 지 100년 후에 지엘로나구라에는 와인 회사가 여섯 개 더 생겼습니다. 그때 그렘플러의 회사는 한 해에 25만 병을 생산했고, 전쟁 직전에는 생산량이 80만 병까지 증가했습니다. 세계대전 후에도 와인 재고가 온전히 남아 있었으며, 그 덕분에 루부스키에주는 직접 양조장을 세우고 사업을 재개했습니다. 정치 체제가 바뀌고 1999년에 양조장이 문을 닫은 후 건물도 무너지기 시작하자 수백 년에 걸쳐 내려온 와인 양조의 전통이 사실상 사라지는 듯했으나, 몇 년 전부터 전통이 되살아났습니다. 지엘로나구라에서는 와인 양조에 관련된 장소들을 봐야 합니다. 물론 그 밖의 명소들이 있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와인의 맛
와인 박물관에는 지엘로나구라의 와인 양조에 관한 역사를 처음부터 현재까지 보여 주는 와인프레스, 오크통, 개인용 착즙기를 비롯한 1,540종의 물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예지 페드로(Jerzy Fedro)가 그린 와인 양조에 관한 그림들도 있는데, 그중 한 그림에는 2주 동안이나 총각 파티가 계속된 나머지 신랑이 너무 취해서 제단 앞에서 똑바로 설 수도 없게 되어 버린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야자 식물원(Palm House)도 꼭 가 볼 만한 곳입니다. 식물원의 거대한 현대식 유리 건물이 1818년에 그렘플러가 세운 오래된 와인 양조장 건물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야자 식물원 앞의 오래된 포도밭은 주위 언덕에 대규모로 온통 포도가 재배되던 시절을 상기시킵니다. 이름에 걸맞게 이 식물원에는 키 큰 야자나무를 비롯한 열대식물이 살고 있습니다. 열대식물에 둘러싸인 채 식사를 즐기고, 높은 테라스에 올라가서 도시 풍경을 내려다보며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와인 언덕(Wine Hill)에 가신다면 와인 지하 저장고에 들러 지엘로나구라산 와인을 꼭 시음해 보세요.
바쿠스를 따라서
브로츠와프(Wrocław)에 난쟁이가 있다면 지엘로나구라에는 조그마한 바쿠스가 있습니다. 재미난 이름이 붙은 50여 종의 작은 바쿠스 동상을 바쿠스의 길(Bacchus Trail)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바쿠스 동상 대부분을 볼 수 있는 이 길은 폴란드 전체에서도 매우 긴 거리에 속합니다. 과거에 와인 저장고로 쓰였던 길가 건물들에 여러 카페, 식당, 펍 등이 들어서 있습니다.
구시가 광장에서는 여러 정기 행사가 열리며, 특히 지엘로나구라 축제(Zielona Góra) 기간에는 모든 뮤즈의 여름(Summer of Muses of All Kinds)과 와인 축제가 열립니다. 구시가 중심에 위치한 이 광장에서는 도시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들을 볼 수 있고, 대표적으로 고딕 양식의 성 실레지아 헤드위그 대성당, 목욕탕 탑(Bath tower), 구 시청, 구시가 방벽 유적이 있습니다. 쳉스토호바 성모 성당은 종교 건축물로서는 내부가 특이한데, 3층으로 된 흰색 발코니가 극장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플라네타리움과 고문
비너스 플라네타리움(Venus Planetarium)에서는 항공의 역사를 다룬 폴란드 최초의 풀돔 애니메이션 ‘꿈의 날개(On the Wings of Dreams)’를 비롯한 여러 이머시브 영화가 상영됩니다. 상영 중 관객에 맞추어 각도가 조절되도록 돔이 움직이는 플라네타리움이 세계에서 단 세 곳 있는데, 이곳이 그중 하나입니다. 비너스 플라네타리움과 자연 센터(Nature Centre)는 케플러 과학 센터(Kepler Science Centre)에 속해 있습니다. 요하네스 케플러(Johannes Kepler)는 17세기에 활동한 위대한 수학자였으며, 역사상 최초의 천체물리학자로 여겨지는 인물입니다. 케플러는 현재 ‘케플러의 행성운동법칙’으로 알려져 있는 태양계 내 행성의 움직임에 관한 세 가지 법칙을 발견했고, 또한 소수점을 도입했다고도 알려져 있습니다.
관광 코스를 따라가다 보면 루부스키에 지역 박물관의 상설 전시관인 고문 박물관(Torture Museum)을 보게 됩니다. 음침한 지하에 자리한 이 전시관에서 형법의 역사, 처벌 방법, 중세와 현대의 고문 수단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녀재판에 사용된 도구를 들여다보면 쇠사슬이 철렁거리는 소리와 고문을 받는 사람의 신음이 들리는 듯합니다.
하루를 마무리할 때는 지엘로나구라 필하모닉홀에서 음악회를 감상하거나 레크리에이션 스포츠 센터(Recreation and Sports Centre)의 아쿠아파크(Aquapark)에서 휴식을 취하기를 추천합니다.
팔루바즈의 마법
울트라마라톤 노베 그라니체(Ultramaraton Nowe Granice), 그랑프리 카치마레크(Grand Prix Kaczmarek) 전기 산악자전거 경주, 더티도즌(Dirty Dozen) 크로스컨트리 대회, 배틀 오브 유럽(Battle of Europe),지엘로나구라 그랑프리(Zielonogórskie Grand Prix) 장거리 달리기, 이 밖에도 많은 스포츠 행사들이 지엘로나구라에서 1년 내내 쉴 새 없이 번갈아 열립니다. 스피드웨이 레이싱 챔피언 팀 팔루바즈(Falubaz)의 홈경기장에서 모터바이크가 브레이크를 걸지 않고 시속 100킬로미터로 달리는 모습을 보면 몸속에서 아드레날린이 솟구칩니다. 네 차례나 우승컵을 거머쥔 스텔메트 에네아 BC(Stelmet Enea BC) 농구팀의 경기 또한 잊을 수 없는 기억을 선물해 줍니다.
활동적으로 움직이기를 좋아하는 분을 위한 즐길 거리도 노르딕워킹, 자전거, 오데르강 보트 여행 등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지엘로나구라에서 오래 머무른다면 시에서 대여하는 자전거를 빌리는 것도 좋습니다. 시에서는 총 400대의 자전거를 대여합니다. 오흘라 민속 박물관(Ethnographic Museum in Zielona Góra-Ochla), 자토니에(Zatonie) 지구의 궁전과 공원, 지엘로나구라 식물원, 오드자인스키(Odrzański) 숲의 오데르강 하상(河床)에 마련된 자전거 도로에서 마음껏 즐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