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워폴스카(Małopolskie)주의 주도로, 폴란드에서 거의 제일 오래된 도시이자 국가적인 문화유산을 보유한 소중한 도시입니다. 과거에 크라쿠프는 폴란드의 수도였고 왕이 살던 도시였습니다. 폴란드 제일의 강인 비스와(Wisła)강이 흐르는 이 넓은 도시에는 강을 보려는 전 세계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크라쿠프(Kraków): 왕의 도시
폴란드의 역사적 수도인 크라쿠프에는 귀중한 역사적 건축물과 예술 작품, 전설, 재미있는 즐길 거리가 가득합니다. 40여년 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크라쿠프 구시가는 보는 사람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습니다.
크라크(Krak)라는 신화적 인물이 비스와강에 세웠다고 전해지는 이 도시는 관광하기 쉽습니다. 여러 스마트폰 앱은 물론, 도심의 중요한 장소를 가리키는 지도와 화살표 등 더 전통적인 방법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크라쿠프 중앙역에서 갈레리아 크라코프스카(Galeria Krakowska) 쇼핑몰을 통과해 15분 정도만 걸어가면 크라쿠프에서 봐야 할 곳 1순위로 꼽히는 구시가에 도착합니다.
시간 여행
크라쿠프 바르바칸과 성 플로리안의 문(St. Florian’s Gate)을 통과하는 순간, 눈앞에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집니다. 크라쿠프에서 가장 오래된 지역인 구시가는 전쟁의 혼란을 견디고 살아남은 곳입니다. 구시가의 우아하고 세련된 모든 건물에 그 역사가 깃들어 있습니다. 구시가 광장에는 꽃을 파는 가판대가 익히 알려져 있듯 아주 많이 서 있고, 멋진 마차가 지나갈 때마다 익숙한 딸각딸각 말발굽 소리가 들립니다. 비둘기는 성모 승천 대성당과 직물 회관(Cloth Hall) 위를 맴돌며 납니다. 오래전이나 지금이나 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직물 회관에서는 호박(琥珀)이나 은으로 만든 물건, 예술품과 공예품, 예수 탄생 장면과 크라쿠프의 건물을 표현한 미니어처 모형, 크라쿠프 지역 복장과 기타 기념품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직물 회관의 위층에 있는 19세기 폴란드 미술관(Gallery of 19th-century Polish Art)에는 나신의 여자가 검은 말을 타는 모습을 그린 브와디스와프 포트코빈스키(Władysław Podkowiński)의 유명한 그림 ‘광란(Frenzy)’과 얀 마테이코(Jan Matejko), 유제프 헤우모인스키(Józef Chełmoński), 헨리크 시에미라츠키(Henryk Siemiradzki) 등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광장 지하에는 ‘크라쿠프에 남은 유럽 정체성의 자취를 따라서(Following Traces of Kraków’s European Identity)’라는 이름의 인터랙티브 탐방로가 있습니다. 이 탐방로에서는 도시가 처음 등장했던 천 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양쪽 탑의 높이가 다른 성모 승천 대성당의 회전하는 홀로그램도 볼 수 있는데, 탑들의 높이가 달라진 이유가 성당을 짓던 두 형제가 심하게 다투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홀로그램을 보고 나서 실제 성당에 들어가면 비트 스트보시(Wit Stwosz)가 조각한 귀중한 제단이 보입니다.
여름에는 650년 전통의 비에쥐네크(Wierzynek) 식당과 명성 높은 피브니차 포트 바라나미(Piwnica pod Baranami) 공연장을 포함해 여러 식당, 카페, 노천 정원이 딸린 클럽 등이 밤늦도록 문을 엽니다. 광장을 통과하는 왕의 길(Royal Road)과 스타니스와프 비스피아인스키의 길(Stanisław Wyspiański Route)은 구시가 전체를 둘러싼 플란티(Planty) 녹지 공원을 따라 바벨 성(Wawel Castle), 스카우카 성당(Skałka)의 판테온까지 이어집니다. 바벨 성은 폴란드 왕들이 거처하고, 죽으면 묻히기도 했던 곳입니다. 스카우카 성당 지하실의 ‘판테온(Panteon)’이라는 묘에는 얀 드우고시(Jan Długosz), 스타니스와프 비스피아인스키, 체스와프 미워시(Czesław Miłosz) 등 유명한 폴란드인들이 묻혀 있습니다.
활기를 되찾은 카지미에시 지구
바벨 성이 있는 언덕에서 조금 걸으면 카지미에시(Kazimierz) 지구에 도착합니다. 카지미에시 지구에는 유대교 전통이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밤이 되면 셰로카(Szeroka) 거리에 위치한 시너고그 두 곳 중 한 군데 근처에서 랍비의 저주를 받은 결혼식 하객들의 속삭임이 들린다고 합니다. 카지미에시 지구에는 유대교 율법에 따라 만든 코셔(kosher)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아주 많습니다. 유대 유산의 길(Jewish Heritage Route)이 카지미에시 지구를 통과하는데, 홀로코스트에 관련된 장소를 보고 싶은 분에게는 게토 영웅 광장이라는 뜻의 보하테루프 게타(Bohaterów Getta) 광장, 르보프스카(Lwowska) 거리 29번지에 남아 있는 게토 장벽 일부, 자브워치에(Zabłocie) 지구에 위치한 쉰들러 공장(Schindler Factory)의 전시를 추천합니다.
흥미로운 건축물
쉰들러 공장 단지에는 MOCAK 현대미술관(MOCAK Museum of Contemporary Art)이 위치합니다. 콘크리트와 유리가 사용된 이 미술관 건물은 현대 건축의 정수로 여겨집니다. MOCAK 현대미술관은 전후에 지어진 폴란드의 현대미술관 중 최고로 인정받고 있으며, 자브워치에 지구에 함께 위치한 유리·도자기 센터(Glass and Ceramics Centre)와 크라쿠프 기술의 길(Kraków Technology Trail)에 속해 있습니다. 시간이 여유롭다면 가까운 와인 양조장에 가 보는 것도 좋습니다.
위쪽에 강철과 콘크리트로 된 프레임이 달려 있는 옛 발전소는 타데우시 칸토르(Tadeusz Kantor)의 ‘포장(emballage)’ 개념이 건축적으로 구현된 건물입니다. ‘포장’이란 오브제를 감싸서 보는 사람이 오브제의 본질에 주의를 기울이게 하고 그 안에 숨은 비밀을 발견하게 하는 기법입니다. ‘크리코테카’ 타데우시 칸토르 예술 기록 센터(CRICOTEKA Centre for the Documentation of the Art of Tadeusz Kantor)가 자리한 이 발전소 건물은 포드구제(Podgórze) 지구에 있습니다. 포드구제 지구의 나드비실라인스카(Nadwiślańska) 거리에서는 유명한 드루카르니아(Drukarnia) 클럽 등점심이나 저녁 식사를 하기 좋은 곳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워폴스카 예술 정원(Małopolska Garden of Arts)은 음향, 연극, 설치미술, 멀티미디어 아트가 결합된 실험적 공간입니다. 이 공간을 세운 기관인 율리우시 스워바츠키(Juliusz Słowacki) 극장은 100여년 전에 세워졌고, 크라쿠프에서 헬레나 모드제예프스카 국립 스타리 극장(Helena Modrzejewska National Stary Theatre) 다음으로 오래된 기관입니다. 한편 폴란드 국내군 박물관(Home Army Museum) 건물은 19세기에 지어진 크라쿠프 요새 건물의 벽돌담을 개조한 것으로, 지붕이 방탄유리로 덮여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참전용사가 직접 기증한 보기 드문 개인 물품을 볼 수 있습니다.
노바 후타(Nowa Huta)는 ‘이상적 사회주의 도시’로 건설된 구역입니다. 안제이 바이다(Andrzej Wajda)의 영화 ‘대리석 인간(Man of Marble)’에 이 구역의 건설 과정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상자처럼 구획된 주택 블록 사이에 서 있는 독특한 모양의 건물은 폴란드 성모 ‘방주’ 성당(Church of Our Lady Queen of Poland – Ark of Our Lord)으로, 이름에 걸맞게 배를 닮은 형태입니다. 성당 안에는 뛰어난 현대 조각가 브로니스와프 흐로미(Bronisław Chromy)가 만든 조각상이 있는데, 예수가 제단 위 십자가에서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듯한 동작을 취하는 모습이 예수의 부활을 연상시킵니다.
그 밖에 살펴볼 만한 몇 가지
현재 크라쿠프에 속해 있는 노바 후타 지구에서 볼 수 있는 또 다른 장소로는 노바 후타 문화 센터(Nowa Huta Culture Centre), 루도비 극장(Ludowy Theatre), 모기와 시토회 수도원, 노바 후타 초원이 있습니다. 보호구역인 노바 후타 초원 내에는 교육용 탐방로와 얀 마테이코(Jan Matejko) 저택이 위치합니다. 얀 마테이코 저택에서는 화가가 직접 설계한 독특한 현관과 마테이코의 유품, 그리고 마테이코의 그림에 등장한 헌법 작성자 겸 교육자 휴고 코웡타이(Hugo Kołłątaj)의 유품이 소장되어 있습니다.
차르토리스키 미술관(Princes Czartoryski Museum)에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렘브란트를 비롯한 화가들의 진귀한 작품이 아주 많이 모여 있습니다. 한편 크라쿠프에는 예수 탄생 장면을 크라쿠프의 건축물과 함께 미니어처 모형으로 표현하는 유명한 전통이 있는데, 크라쿠프 역사박물관(Museum of Kraków)에 이 모형들이 가장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습니다. 예수 탄생 장면 모형을 만드는 크라쿠프의 전통은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되었습니다.
비행기를 타는 여행을 좋아하는 분은 옛 라코비체-치지니 공항(Rakowice-Czyżyny Airport)에 있는 폴란드 항공 박물관(Polish Aviation Museum)에서 즐거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스타니스와프 렘 과학 정원(Stanisław Lem Science Garden)에서는 화려한 과학 실험을 볼 수 있습니다. 돌네 므위니(Dolne Młyny) 거리의 옛 공장 단지에서는 클럽들이 손님을 기다립니다.
미식가가 즐길 수 있는 요리 관련 정기 행사로는 크라쿠프 자푸스티(Krakowskie Zapusty), 도시의 대표 간식 크라쿠프식 베이글을 맛볼 수 있는 오브바자네크 축제(Obwarzanek Day)가 있습니다. 2019년에 크라쿠프는 유럽 미식 아카데미(European Academy of Gastronomy)가 지정한 최초의 유럽 미식 문화 수도(European Capital of Gastronomic Culture)가 되었고, 현재 크라쿠프의 여러 식당에서는 지역 특산물로 만든 크라쿠프 미식 수도 메뉴(Kraków Capital Menu)를 제공합니다.
크라쿠프에는 자전거 코스를 비롯한 관광 코스도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습니다. 대학의 길(University Route)에는 650년 된 야기엘로니안 대학교(Jagiellonian University)를 비롯한 17개의 대학교가 속해 있습니다. 요한 바오로 2세의 길(Paths of John Paul II)의 프란치슈카인스카(Franciszkańska) 거리 3번지 건물은 대주교 궁전으로, 이 궁전에서는 교황이 폴란드 순례 중 신자들에게 연설했던 장소인 유명한 창문을 볼 수 있습니다.